AI 티 지우는 법으로는 클로드 워터마크를 못 지운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출력에 심은 표식은 문장 표면이 아니라 토큰 선택 분포에 있다. 문체 교정으로 왜 사라지지 않는지, 어떤 작업에서 남고 어떤 작업에서 옅어지는지 정리했다.
방구석컴퍼니
혼자 일하는 사람 · 작업 기록
우리는 한국어 문체를 다듬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만들어 씁니다. 번역투를 걷어내고, 문장 길이를 흔들고, 종결어미를 기능별로 배정하는 도구예요.
그 도구의 전제는 하나였습니다. AI가 쓴 티는 문장 표면에 있고, 표면을 고치면 사라진다.
2026년 8월 14일 앤트로픽 발표를 읽고 그 전제가 절반만 맞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람이 읽고 느끼는 "AI 티"에는 여전히 맞습니다. 기계가 읽는 표식에는 틀립니다. 두 개가 서로 다른 층에서 돌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두 층이 어떻게 갈리는지, 그래서 어떤 작업이 표식을 남기고 어떤 작업이 안 남기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AI에 초안·번역·교정을 맡기시는 분들, 그리고 문체를 다듬는 도구를 직접 운영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표식은 문장의 어느 층에 붙는가?
표식은 문자열이 아니라 토큰 선택 분포에 붙습니다. 다만 그 분포는 충분히 긴 글에서만 통계적으로 드러나므로, 짧은 텍스트에서는 판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언어 모델은 문장을 한 덩어리로 뱉지 않습니다. 다음에 올 토큰을 하나씩 고르면서 앞으로 갑니다. 각 지점마다 후보가 여럿이고, 후보마다 확률값이 붙어 있어요.
앤트로픽은 그 확률값에 정해진 규칙으로 미세한 편향을 겁니다. 한 지점에서는 티가 나지 않고, 수백 지점이 쌓이면 패턴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파일 안에는 지울 대상이 없습니다. 특수문자도, 제로폭 공백도, 눈에 안 보이는 메타데이터도 아닙니다.
문체 교정이 왜 무력한가?
문체 교정은 이미 확정된 토큰열을 다른 토큰열로 바꾸는 작업인데, 바꾸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다시 모델이면 편향이 새로 얹힙니다. 사람이 손으로 고치는 경우에만 해당 구간의 편향이 실제로 깨집니다.
우리 파이프라인이 하는 일을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 우리가 하는 작업 |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 | 선택 분포에서 일어나는 일 |
|---|---|---|
| 번역투 어휘 교체 | 사람 눈에 자연스러워짐 | 교체한 낱말만 편향 해제 |
| 문장 길이 흔들기 | 리듬이 살아남 | 낱말 자체는 그대로라 변화 없음 |
| 종결어미 재배정 | 말투가 바뀜 | 어미 토큰 몇 개만 변경 |
| 문단 재배열 | 구조가 읽기 좋아짐 | 낱말 집합이 그대로라 변화 없음 |
네 작업 중 세 개가 선택 분포를 거의 건드리지 않습니다. 표면을 아무리 손봐도 낱말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통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게 우리 도구의 한계선입니다. 사람이 읽었을 때의 인상은 바꾸지만, 기계가 세는 분포는 못 바꿉니다.
그러면 무엇이 표식을 실제로 없애는가?
토큰 전량 교체만 표식을 없앱니다. 다만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결과물은 사실상 사람이 새로 쓴 글이 되므로, 모델을 쓴 효용이 남지 않습니다.
앤트로픽 지원문서의 설명이 이 지점에서 명확합니다. 가벼운 편집으로는 유지되고, 전면 재작성이면 사라진다는 쪽입니다.
여기서 "가벼운 편집"과 "전면 재작성"의 경계는 문단 수가 아니라 살아남은 낱말의 비율입니다. 한 문단을 통째로 갈아도 남은 아홉 개가 그대로면 통계는 유지됩니다.
왜 번역이 교정보다 진하게 남는가?
번역은 도착 언어의 모든 토큰을 모델이 새로 뽑는 작업이라 편향이 전량 실립니다. 반면 교정은 사람이 고른 토큰이 대부분 그대로 남으므로 편향이 실릴 곳이 좁습니다.
같은 조건에 놓고 비교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작업 | 사람이 정한 것 | 모델이 고른 토큰 비율 | 표식 |
|---|---|---|---|
| 맞춤법 교정 | 내용 + 어휘 + 구조 | 매우 낮음 | 거의 안 남음 |
| 부분 수정 | 내용 + 일부 어휘 | 높음 | 남음 |
| 전체 생성 | 주제만 | 전부 | 남음 |
| 번역 | 내용만 | 전부 | 가장 진함 |
표에서 눈여겨볼 곳은 마지막 줄의 두 번째 항목입니다. 번역만 유일하게 생각의 주인과 낱말의 주인이 서로 다릅니다.
한국어로 사고를 끝내고 영어 결과물을 받는 경로는 국내에서 흔합니다. 그리고 그 길이 구조상 표식을 가장 두껍게 싣습니다.
앤트로픽은 왜 이걸 지금 넣었는가?
규제 일정이 먼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건 공개 자료에서 읽히는 정황이지 앤트로픽이 그렇게 밝혔다는 뜻은 아닙니다.
EU 인공지능법 제50조는 합성 콘텐츠 제공자에게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표시 의무를 둡니다. 눈에 보이는 라벨이 아니라 기계 판독 가능성이 조문의 요구 사항이라는 점이 이 설계와 맞물립니다.
사람이 보는 라벨은 복사·붙여넣기 한 번에 사라집니다. 텍스트 자체에 실린 통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표식으로 무엇을 알 수 없는가?
기여도를 알 수 없습니다. 표식은 "클로드를 거쳤다"는 이진 신호에 가깝고, 사람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여기서 나오지 않습니다.
교정만 맡긴 글에서 표식이 잡혀도 그 글은 사람이 거의 다 쓴 글입니다. 반대로 전면 재작성한 글은 모델이 초안을 다 썼어도 표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신호를 저작 기여도의 증거로 쓰면 두 방향 모두에서 틀립니다. 판정 결과를 그대로 평가에 쓰려는 조직이 있다면 이 지점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판독 쪽은 규제기관·언론·연구자·교육자로 범위가 잡혀 있고, 일반 사용자용 조회 경로는 열려 있지 않습니다.
이 비대칭이 실무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입니다. 규칙은 공개됐는데 검증 수단이 없어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작업 경로를 근거로 추정하는 것뿐입니다.
우리 문서를 놓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조할 수 있었던 건 표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의 기록뿐이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쪽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문체 교정 도구는 목적을 다시 선언해야 합니다. "AI 감지를 피한다"를 효용으로 내세우면 이 표식 앞에서 거짓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파이프라인의 설명 문구를 이렇게 바꾸려 합니다.
- 지금: AI 티를 지워 사람이 쓴 글처럼 만듭니다
- 바꿀 것: 한국어로 읽히게 다듬습니다. 모델이 남긴 통계적 표식은 이 작업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줄이 이 글에서 우리가 틀릴 수 있는 문장입니다. 앤트로픽이 규칙을 바꾸거나 판독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써야 합니다.
개인은 무엇을 정해두면 되는가?
문서를 두 종류로 나눠두면 충분합니다. 누가 썼는지가 성립 조건인 글과 그렇지 않은 글입니다.
- 조건인 문서: 지원서, 과제, 공모 원고, 저작권 주장이 걸린 원고
- 조건이 아닌 문서: 사내 공지, 회의록, 자기만 보는 메모, 버려도 되는 초안
조건이 아닌 쪽은 이 발표와 무관하게 하던 대로 쓰면 됩니다. 조건인 쪽에서만 번역 경로를 피하고 교정 경로로 갑니다.
정리 — 층위가 갈렸다는 것
이 발표가 바꾼 건 규칙 하나가 아니라 좌표계입니다.
지금까지 "AI 티"는 사람이 읽고 느끼는 인상이었고, 그래서 문체 작업으로 다룰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기계가 세는 통계가 하나 더 생겼고, 그건 문체 작업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앞의 네 가지 작업(어휘 교체·길이 조정·어미 재배정·문단 재배열)이 전부 첫 번째 좌표계에서만 유효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그래서 다음 네 가지를 정해두면 됩니다.
- 어휘 교체 — 계속합니다. 읽히는 글을 만드는 목적에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 길이 조정 — 계속합니다. 같은 이유입니다
- 어미 재배정 — 계속하되, 감지 회피 효용은 광고하지 않습니다
- 문단 재배열 — 계속하되, 작성 주체가 조건인 문서에서는 재배열이 아니라 재작성인지 스스로 판정합니다
여러분의 파이프라인에서 첫 번째 좌표계와 두 번째 좌표계가 섞여 있는 문장은 어디인가요?
참고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