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음성 합성을 대본 어디에 끼울 것인가 — 줄 단위로 나눈 기준
무료 한국어 TTS를 2주간 실제 제작에 물려 쓰면서 정한 배치 기준. 어떤 줄을 맡기고 어떤 줄을 직접 읽는지, 그리고 제가 처음에 잘못 단정했던 것까지 적었습니다.
방구석컴퍼니
혼자 일하는 사람 · 작업 기록
제 대본은 한 편에 4,000자쯤 됩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한 번에 받는 글자는 640자입니다.
처음엔 이걸 한계로 읽었습니다. 6번 나눠 넣어야 하는 불편으로요.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640자라는 상한이 제 대본을 강제로 쪼갰고, 쪼개고 나서야 어떤 줄이 사람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지 보였습니다.
이 글은 무료 음성 합성 서비스의 기능 소개가 아닙니다. 보름 남짓 실제 편집 작업에 넣어 돌리며 정한 배치 기준을 적습니다.
왜 성능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인가
무료 음성 서비스를 평가할 때 대부분 발음 정확도부터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확도는 이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감정이 목적인 문장을 넣었을 때조차 글자는 하나도 안 틀렸거든요. 틀린 게 없는데 쓸 수가 없었습니다.
무료 음성의 병목은 성능이 아니라 배치입니다. 잘 읽는 것과 그 자리에 맞는 것은 다른 기준이고, 두 번째 기준을 안 보면 도구를 바꿔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막힙니다.
그래서 제가 세운 질문은 "이 서비스가 좋은가"가 아니라 "제 대본의 어느 줄이 이걸로 대체되는가"였습니다.
맡길 줄과 직접 읽을 줄 가르기
대본을 640자 단위로 쪼개고 나서 줄을 세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정보 전달 줄 — 목차를 읽어주는 줄, 순서를 알려주는 줄, 숫자를 불러주는 줄입니다. 한 편에 스무 줄 안팎 나옵니다.
이 줄들은 낭독이 정확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 목소리여야 할 이유가 없어요. 지금 전부 맡깁니다.
전환 줄 — 앞 내용을 접고 다음으로 넘기는 줄입니다. 톤이 살짝 올라가야 자연스러운데, 지금 조절할 수 있는 건 빠르기·크기·간격 세 개뿐입니다.
톤을 지정하는 항목이 없어서 여기는 반반입니다. 짧으면 맡기고, 길면 제가 읽습니다.
마무리 줄 — 한 편을 닫는 문단입니다. 이건 전부 직접 읽습니다.
조절값을 줄마다 다시 잡기
여기서 실무적으로 손이 제일 많이 갑니다.
빠르기와 크기 설정이 선택한 줄에만 적용됩니다. 화면 아래 재생 막대가 하나뿐이라 전역 설정처럼 보이는데 아닙니다.
줄이 다섯 개면 다섯 번 만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본을 잘게 쪼개지 않고 640자를 거의 채우는 쪽으로 씁니다. 줄 수가 곧 반복 횟수라서요.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면 5줄짜리는 조절 반복이 5회, 2줄짜리는 2회입니다. 결과물 길이는 같고요. 줄을 적게 쓰는 게 유일한 절약 지점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에 틀렸습니다
이 서비스를 처음 정리하면서 저는 "가입 없이 전 과정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익명 창을 따로 띄워 확인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소리를 뽑아 확인하는 단계까지는 맞았고, 그걸 파일로 저장하려는 순간 계정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왜 틀렸는지 따져보니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하나, 로그인한 상태로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익명에도 적용했습니다. 둘, 화면 왼쪽 안내문이 저장 용도만 언급해서 그 문장을 믿었습니다. 셋, 내려받기를 마지막에 한 번만 해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검증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기능을 확인할 때 로그인 상태가 아니라 익명 상태부터 돌리고, 안내문 대신 실제로 버튼을 눌러 확인합니다.
다시 그은 선 적용하기
위 세 가지 실수는 각각 대응하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첫째, 새 서비스는 익명 창에서 먼저 한 바퀴 돕니다. 로그인은 막히는 지점을 확인한 다음에 합니다.
둘째, 서비스가 스스로 설명하는 문장은 근거로 쓰지 않습니다. 화면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만 근거입니다.
셋째, 마지막 단계를 제일 먼저 시험합니다. 내려받기·내보내기처럼 결과물이 손에 들어오는 단계가 보통 제약이 걸려 있는 자리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적용한 뒤로는 정리 글을 쓰고 나서 되돌리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남은 판단은 사람 몫이다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는 답을 못 드립니다.
약관에는 만든 파일의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다고 적혀 있고(제6조 1항), 목소리 자체는 회사 것이라 되팔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제6조 3항). 금지행위 목록에도 수익 목적 사용은 없습니다.
허용 문구도 금지 문구도 없다는 게 확인한 전부입니다. 없다는 걸 확인한 것과 된다는 건 다릅니다.
서비스는 베타 표기 상태이고 무료 유지 공지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필요한 결과물은 지금 받아두는 쪽으로 운용합니다.
오늘 해볼 것
위에서 나눈 줄 종류가 셋이었으니 해볼 것도 셋입니다.
- 정보 전달 줄 찾기 — 지금 쓰고 있는 대본에서 감정이 안 실려도 되는 줄에만 표시해보세요.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 640자로 쪼개보기 — 그 줄들을 640자 안에 들어가게 묶어보세요. 묶이는 단위가 곧 작업 단위가 됩니다.
- 익명으로 끝까지 가보기 — 로그인하지 않은 채로 내려받기까지 눌러보세요. 어디서 막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게 제 글을 믿는 것보다 낫습니다.
도입에서 640자를 한계라고 읽었다가 쪼개는 장치로 바꿔 읽었다고 썼는데, 실제로 제 작업에서 바뀐 건 그것 하나입니다. 도구를 바꾼 게 아니라 대본을 나누는 단위를 바꿨습니다.
화면 순서대로 확인하고 싶으시면 같은 내용을 영상으로도 정리해뒀고, 오늘 쓴 문장 세트와 설정값은 오픈톡 '방구석모각코'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